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이다

Not to be Number One, but to be Only One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으로 페이스북 등에 초기 투자했던 피터 틸은 그의 책 제로투원(Zero to One)[1]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0 to 1) 그 시장을 독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 n번째로 진입하는 경쟁을 피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보다는 이미 시장에서 자리 잡기 시작한 비즈니스를 벤치마킹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글에서는 왜 이런 방법이 연결된 세상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지, 왜 독점(1)이거나 망하거나(0)일 수밖에 없는지 오가닉 비즈니스의 원리를 살펴보고, 오가닉 비즈니스 시장에서는 경쟁을 어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지 정리해보자.

왜 넘버원(Number one)이 아니라 온리원(Only one)인가?

1) 네트워크 간의 경쟁은 수확 체증 법칙을 따른다

네트워크 시장은 수확 체증(Increasing Returns to Scale)의 법칙이 존재하는 시장이다. 수확 체증이란 간단히 말해 앞서 나가는 비즈니스는 더 앞서 나가고 뒤처지는 비즈니스는 더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경향을 말한다(Increasing returns are the tendency for that which is ahead to get further ahead, for that which loses advantage to lose further advantage).[2]

수확 체증이 존재하는 경쟁, 산업, 또는 시장에는 한마디로 승자독식(독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즉 오가닉 비즈니스에서는 (디지털 세계가 그러하듯이) 0과 1만이 존재한다. 구글(검색 및 검색광고), 이베이(경매), 페이스북(친구 네트워크), 아마존(책) 등이 (적어도 이익의 측면에서는) 승자독식의 대표적인 사례다.

정보와 네트워크에 기반한 수확 체증 세상에서의 경쟁 규칙과 방법은 물리적 자원에 기반한 수확 체감 세상에서의 경쟁 규칙 및 방법과 다를 수밖에 없다. 수확 체증 세상에서의 경쟁은 시장 또는 산업 내에서의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수확 체증 세상에서 수확 체감 세상의 경쟁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DecreasingReturnIncreasingReturn

우리가 익숙한 수확 체감 세상의 경쟁 규칙과 방법은 수확 체증 세상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새로운 세상에서는 항상 변하고 예측이 불가능한 시장에 적응하고 배우면서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성장·진화시키는 것만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2) 네트워크 간의 경쟁에서는 영역 간 경계가 없다

과거에는 산업의 구분이 명확했고 기업은 이 안에서 경쟁사보다 더 나은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하면 되었다. 목표가 명확하기 때문에 경쟁사를 벤치마킹(모방?)하고 최적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통했다.

하지만 네트워크 간의 경쟁에서는 벤치마킹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다. 기능은 베낄 수 있을지 몰라도 경쟁사가 가진 네트워크라는 자산을 베낄 수는 없는 것이다. 누가 지금 와서 페이스북과 동일한 서비스를 만들려고 한다면 미쳤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이런 실수(네이버의 미투데이, 삼성의 챗온, 삼성의 바다, 구글의 구글 플러스 등)를 반복하고 있다.

LandscapeOfCompetition

수확 체증 세상에는 산업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각각의 기업이 자신만의 시장에서 독점을 하는 반면 누구라도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네트워크 간의 경쟁이란 결국 새로운 시장(네트워크)을 발견해가는 과정이다. 즉 모든 비즈니스가 자신만의 시장을 가지고 그 안에서 독점을 하는 구도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은 자신만의 시장에서 독점을 하고 있다. 반면, 영역의 경계가 없기 때문에 이들 독점 기업들 간의 경쟁 또한 항상 동시에 존재한다. 실제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은 검색, 광고, 커머스, 소셜 네트워크 등의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여러분의 비즈니스가 만드는 시장의 규모가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이 클 수도 있겠지만 오가닉 미디어랩이 추구하는 것처럼 작은 시장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시장이 그 기업의 생존에 충분한 규모이고 독점을 할 수 있느냐다. 디퍼런트(Different)[3]와 이유는 다르지만 넘버원(Number One)이 아니라 온리원(Only One)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은 같다.[4]

3) 경쟁의 목적이 곧 승자독식이다

수확 체증 세상에서는 수확 체감 세상(산업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균형점(equilibrium)이 존재하지 않는다. 항상 한쪽(0 또는 1)으로 쏠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기술의 발전과 사용자의 참여로 시장이 시시각각 변하지만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확 체증의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네트워크 시장에서는 예측이 불가능(unpredictable)하고 불안정(unstable)할 뿐 아니라 모방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고객과 시장에 대해 배우고 이에 적응하는 방법만이 통한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실행을 통해 고객을 배우고 적응하며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성장시키고 진화시켜야 하는 것이다.[5]

결국 네트워크 간의 경쟁이 수확 체증의 법칙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은, 경쟁의 목적이 승자독식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어떻게 승자독식을 달성할 것인가? 수확 체증을 극대화하고 이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해야 한다.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의 경제의 이중 작용이 필요하다

수확 체증이 일어나는 이유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s)와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효과로 인한 양의 피드백(positive feedback) 메커니즘이 이중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1) 클수록 더 가치 있다(The Bigger, the Better)

수확 체증이 일어나는 첫 번째 이유는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네트워크가 크면 클수록 제품·서비스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과 똑같은 기능을 가진 신규 서비스의 가치와 페이스북의 가치를 비교할 수 없다. 네트워크 효과는 더 많은 사용자의 참여가 네트워크의 가치를 높이고, 더 높은 네트워크 가치는 더 많은 사용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양의 피드백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이는 서비스 가치의 측면에서 선순환 고리를 만든다.

2) 클수록 더 저렴하다(The Bigger, the Cheaper)

수확 체증이 일어나는 두 번째 이유는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인해 네트워크가 크면 클수록 제품·서비스의 원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사실 오가닉 비즈니스에서 제품 원가를 고려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가닉 비즈니스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한계비용(marginal cost)이 0이고 수요만 있다면 무한 공급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의 고정비용은 사용자의 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가입자가 1명이 추가된다고 즉각적으로 비용이 증가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용자 규모가 크면 클수록 원가(=고정비용/사용자 수)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사용자 당 매출이 같다고 하더라도 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 측면에서 더욱 유리해진다.

3) 아마존의 플라이휠 (Amazon Flywheel): 두 개의 연결고리

이렇게 가치와 비용 측면에서 양의 피드백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에 수확 체증이 일어나고 수확 체증은 결국 승자독식(독점)에 이르게 한다. 수확 체증의 메커니즘을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 중 하나는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한 선순환 고리에, 규모의 경제에서 오는 원가 경쟁력을 최대한 반영시키고 있다.

다음 그림은 제프 베조스가 냅킨에 그린 것으로 알려진 아마존의 플라이휠(flywheel)[6]이다(플라이휠[7]의 개념은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제시되었다.[8]).

AmazonFlywheel

짐 콜린스의 플라이휠에 대한 강의를 듣고 제프 베조스가 냅킨에 그렸다는 아마존의 플라이휠은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한 선순환 고리와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선순환 고리가 이중으로 작동한다.

이 그림에는 두 개의 고리가 있는데 하나는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한 선순환 고리(Customer Experience – Traffic – Sellers – Selection)이고 다른 하나는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선순환 고리(Growth – Lower Cost Structure – Lower Price – Customer Experience)다. 이 두 개의 고리는 두 개의 연결점이 있는데 하나는 그림에 명확하게 표시된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이고 다른 하나는 암묵적(implicit)으로 표시된 성장(Growth)이다.

두 개의 선순환 고리가 두 개의 연결점으로 이어져 더 강력한 선순환 구조(즉 수확 체증)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수확 체증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성장에 돈을 쏟아붓는 것(소위 ‘Get Big Fast’ 전략)은 제살 깎아먹기[9]에 불과하다.

안전하고 영원한 승자독식은 없다

하지만 이러한 선순환 구조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경쟁의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승자독식이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하고 승자가 하루아침에 바뀌기도 한다.

경쟁의 경계가 없는 네트워크 시장에서 완전한 승자독식 또는 안전한 승자독식이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독점 기업들은 자신의 영역에서는 독점이라 할지라도 서로 간에 중복되는 영역이 항상 존재하고 언제든지 새로운 스타트업이나 기존의 기업에 의해 침범당할 가능성이 있다. 기존과는 다른 구도의 경쟁이다.

과거에는 영역의 경계가 뚜렷하고 그 내에서 기업 간의 경쟁이 일어났다면 이제는 시장의 영역 내에서는 하나의 기업이 살아남는 대신, 영역 간의 경쟁도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즉 경쟁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도가 바뀐 것이다.

승자독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경계 없는 경쟁을 위해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키움으로써 승자독식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물론 더욱 강력해진 승자독식 현상이 그동안 산업 경제에서 겪지 못 했던 새로운 사회·경제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틀림없다. 데이터의 독점, 실업 등 다양한 문제가 존재하지만 과거의 틀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오가닉 비즈니스에서 왜 경쟁의 목적이 승자독식이 될 수밖에 없는지, 어떤 메커니즘으로 승자독식이 일어나고 그 의미는 무엇인지를 수확 체증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이 범위를 벗어나는 주제는 다른 컨텍스트에서 다뤄지기 바란다.

<갈림 길>


  1. Peter Thiel, Zero to One, Crown Business, 2014.
  2. Brian Arthur, "Increasing Returns and the New World of Business," Harvard Business Review, 1996.
  3. Youngme Moon Different, Crown Business, 2011.
  4. 한글 번역본에는 '넘버원을 넘어서 온리원으로'라는 구절이 표지에 나오지만 원서에는 나오지 않는다.
  5. 윤지영, <<오가닉 미디어>>, 21세기북스, 2014.
  6. Benedict Evans, "Why Amazon Has No Profits (And Why It Works)," Andreessen Horowitz, Sep 5, 2014, http://a16z.com/2014/09/05/why-amazon-has-no-profits-and-why-it-works/.
  7. Jeff Haden, "Best From the Brightest: Jim Collins' Flywheel," Inc., Jan 21, 2014, http://www.inc.com/jeff-haden/the-best-from-the-brightest-jim-collins-flywheel.html.
  8. Jim Collins, Good to Great, Harper Business, 2001.
  9. Ben Popper, "Greed is Groupon: can anyone save the company from itself?" The Verge, March 13, 2013, http://www.theverge.com/2013/3/13/4079280/greed-is-groupon-can-anyone-save-the-company-from-itself.

2 Responses to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이다

  1. jayshim on 1월 3, 2016 at 7:32 오전 says:

    한국이니 카카오톡으로도 공유할수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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