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공짜가 되기를 바란다

Information Wants To Be Free

“정보는 공짜가 되기를 바란다(Information wants (should) to be free)”는 해커들의 윤리 중 하나다.[1] 거의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문장이 다양하게 해석되어 왔지만 크게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정보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보는 공짜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공짜의 관점에서 이 문장을 해석해 보고자 한다.

인터넷의 발전과 더불어 우리가 얻게 된 좋은 점은 많은 콘텐츠·서비스를 공짜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 검색, 이메일, 클라우드, 동영상, 음악, 게임 등 수많은 서비스를 사용하지만 한 푼도 내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이 책(웹북 및 전자책)도 공짜다. 물론 사업자 입장에서는 지옥과 같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천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진정으로 정보는 공짜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물은 아래로 흐른다(P = MC)

경제학에서 배우는 가장 기초적인 모형 중 하나인 ‘베르트랑 경쟁 모형(Bertrand competition model[2])’에 의하면 완전경쟁시장에서는 가격이 한계 비용(marginal cost)에 수렴한다는 것이다(P=MC). 그렇다면 무한한 공급과 한정된 수요를 가진 인터넷 시장은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시장 중에 가장 완전경쟁시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인터넷상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경우 한 단위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드는 비용(즉 한계 비용)이 0이라 할 수 있으므로 정보의 가격은 0으로 수렴하게 된다.

이는 마치 중력에 의해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물이 아래로 흐르지 못하게 하려면 무엇인가로 막아야 하듯이 정보의 가격도 무엇인가가(예를 들어 편리함, 차별화된 가치 등) 막지 않으면 0이 될 수밖에 없는 세상이 온 것이다.

공유는 가격을 낮춘다

인터넷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규모의 정보·지식의 공유를 가능케 하였다. 이러한 대규모의 정보·지식의 공유는 공짜 대안을 만들어 낸다. 공짜 대안은 크게 두 가지의 형태로 나타난다. 하나는 불법적인 공유이고 다른 하나는 합법적인 공유다.

불법적인 공유의 대표적인 예는 불법 복제(piracy)라 할 수 있다. 초기의 냅스터(Napster)나 소리바다와 같은 P2P(Peer-to-Peer) 서비스는 음악파일 불법 공유의 온상이었고 최근에는 웹하드나 토렌트[3] 서비스를 이용하여 동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가 불법으로 공유되고 있다. 이러한 불법 공유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근절하기 어렵다.

첫째는 많은 네티즌들이 불법 복제를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적발하기도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는 불법이기는 하지만 품질면에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합법적인 유료정보(콘텐츠)에 비해 매우 저렴한 대안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법 공유를 완벽하게 없애는 방법은 존재하지도 않거니와 존재한다 하여도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겠다.

합법적인 공유의 대표적인 예로는 위키피디아(Wikipedia)나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Open Source Software)[4]와 같은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들 수 있다. 위키피디아는 수많은 저자들이 자신의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브리태니커와 같은 백과사전의 대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중 하나인 리눅스(Linux)[5]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커다란 골칫거리[6]를 제공하였다. 물론 유료로 제공되는 정보와 비교하여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공짜이기에 충분히 유료 콘텐츠의 대안이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불법이든 합법이든 정보 기술은 대규모의 공유·협업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는 ‘유료’가 ‘공짜’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게 되었다.

공짜가 기준가(Anchor Price)다

인터넷과 함께 태어난 세대들은 인터넷상의 정보는 공짜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공짜가 인터넷 세대의 심리적 기준가(anchor price)가 된 것이다. 심리적 기준가란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군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대 가격을 일컬으며 이는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7] 예를 들어, 커피 한 잔의 심리적 기준가는 3,500원(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 수준) 정도 일 것이다. 만약 비슷한 커피가 7,000원이라 한다면 아무리 좋은 커피라 할지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바가지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터넷 세대는 인터넷상의 모든 정보가 공짜여야 한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품질에 대한 기대치도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과 바로 아래에서 설명하는 심리적 거래비용(mental transaction cost)을 고려하면 유료화가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

프리(Free)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은 세상에는 공짜와 공짜가 아닌 두 가지 가격이 존재하며 이 두 가격이 만들어 내는 시장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공짜는 새로운 시장을 진입할 때 가장 효과적인 무기이자 (잠재적인)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을 수 있는 무기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거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낮은 가격(예를 들어 1,000원)이라도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에는 사고자 하는 제품·서비스가 충분한 가치가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이를 심리적 거래비용[8]이라 일컫고 이러한 심리적 비용 때문에 0원과 1,000원의 차이가 1,000원과 10,000원의 차이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돈을 한 푼이라도 받는 것이 가격을 올려 받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할 때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살 것인지 말 것인지가 훨씬 큰 고민이지 사기로 결정하면 가격은 크게 문제 되지 않을 수 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공짜는 비합리적인 소비를 조장한다.[9]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옛 속담도 있듯이 소비자들은 공짜에 비합리적일 정도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에서 25달러 이상 구매 고객에게 무료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자 프랑스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책을 추가로 구매하는 고객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실수로 배송비를 무료가 아니라 1프랑(200원 정도)으로 표시함으로써 추가 구매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었다. 아마존이 이를 수정한 후에는 프랑스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10] 공짜와 200원 사이에는 심리적으로 엄청난 장벽이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격이 0일 때의 수요는 가격이 아주 저렴할 때의 수요의 몇 배, 몇십 배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즉 공짜는 시장을 공략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무기인 셈이다. 특히 한계 비용이 0인 정보의 경우에는 비용이 들지 않으므로 더욱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정보가 공짜일 수밖에 없는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정보가 공짜이거나 공짜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쯤에서 대부분의 독자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하나는 ‘그럼 도대체 어떻게 돈을 벌라는 말인가? ‘이고 다른 하나는 ‘나와는 별로 관계없는 일이네’다.

첫 번째 반응에 대한 답은 이 책의 제5부, “수익: 공짜 세상에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의 주제이기도 하다. 두 번째 반응에 대한 답은 어떤 산업에 있든지 잠재적인 경쟁자가 공짜를 무기로 진입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정보경제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손도 한번 못 써보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신문, 텔레비전과 같은 전통 미디어는 네이버,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의 희생양이 되었고, ‘반즈앤드노블(Barnes & Noble)’, ‘베스트바이(Best Buy)’와 같은 유통업체들은 아마존과 이베이와 같은 기업의 제물이 되고 있다. 정보 기술이 닿는 곳에는 가격 혁명(즉 공짜화)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모든 것이 공짜가 되는 세상에서 구체적으로 수익 모델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는 5부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갈림 길>


  1. Steven Levy, Hackers, O'Reilly, 1984.
  2. "Bertrand competition,"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Bertrand_competition.
  3. <비트토렌트>, 위키피디아, https://ko.wikipedia.org/wiki/%EB%B9%84%ED%8A%B8%ED%86%A0%EB%A0%8C%ED%8A%B8.
  4. <오픈 소스 소트트웨어>, 위키피디아, http://ko.wikipedia.org/wiki/%EC%98%A4%ED%94%88_%EC%86%8C%EC%8A%A4_%EC%86%8C%ED%94%84%ED%8A%B8%EC%9B%A8%EC%96%B4.
  5. <리눅스>, 위키피디아, http://ko.wikipedia.org/wiki/%EB%A6%AC%EB%88%85%EC%8A%A4.
  6. Steven J. Vaughan-Nichols, "Linux servers keep growing, Windows & Unix keep shrinking,"   ZDNet, Mar 15, 2012, http://www.zdnet.com/article/linux-servers-keep-growing-windows-unix-keep-shrinking/.
  7. Dan Ariely, Predictably Irrational, Harper Collins, 2009.
  8. Nick Szabo, "Smart contracts reduce mental transaction costs," Unenumerated, Apr 14, 2006, http://unenumerated.blogspot.kr/2006/04/smart-contracts-reduce-mental.html.
  9. Dan Ariely, Predictably Irrational, Harper Collins, 2009.
  10. Chris Anderson, Free, Hyperion,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