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4가지 특성

4 Characteristics of Information

이번 글에서는 정보로 이루어진 재화(information goods)가 물리적인 재화(physical goods)와 어떤 점에서 다른지, 이에 따라 정보를 거래한다는 것이 물리적인 제품을 거래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정보재의 가격 결정, 패키징, 마케팅, 지적 재산권의 이슈가 물리적인 제품과 어떻게 다르고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 알아본다.

정보 또는 정보재는 컨텍스트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이 글에서는 뉴스, 책, 영화, 게임과 같은 콘텐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마켓 플레이스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 등 ‘디지털화가 가능한 모든 것’을 일컫는다.[1]

이 정의에서 유의할 점은 정보재가 이미 디지털화된 재화뿐만 아니라 디지털될 수 있는 재화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종이책도 정보재라 할 수 있다. 제품·서비스의 가치 차원에서 정보를 살펴보면 정보의 가치는 이를 담고 있는 컨테이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용(콘텐츠)에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콘텐츠와 컨테이너의 관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미디어의 3 요소[2] 참조).

미디어는 컨테이너, 콘텐츠, 컨텍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미디어를 이 3가지 요소로 해부함으로써 미디어의 진화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미디어는 컨테이너, 콘텐츠, 컨텍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미디어를 이 3가지 요소로 해부함으로써 미디어의 진화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윤지영, <미디어의 3 요소>, <<오가닉 미디어>>, 2014].

예를 들어, 종이책의 경우 종이라는 물리적인 컨테이너에 담긴 내용물(즉 콘텐츠)에 근원적인 가치가 있는 것이지 종이 자체에 책의 근원적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즉 물리적인 요소를 없애더라도(디지털화하더라도) 가치의 변화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종이라는 컨테이너의 가치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책의 ‘내용’이라는 콘텐츠로서의 가치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정보재가 됨에 따라 부가적으로 무수한 가치를 재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는 자동차와 같은 물리적인 제품과는 매우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첫째, 정보는 한계 비용(marginal cost)이 0이기 때문에 새로운 가격 결정의 기준이 필요하다. 둘째, 정보는 경험재(experience good)이기 때문에 마케팅 방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셋째, 정보는 소프트(soft) 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제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불법 복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불법 복제를 역으로 이용해야 한다.

정보의 한계 비용(Marginal Cost)은 0이다

정보재의 생산비용구조는 물리적 제품의 생산비용구조와 매우 다르다. 물리적 제품의 경우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변동비의 비중이 많은 반면, 정보재의 경우는 고정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정보 제품·서비스를 개발하는 데는 상당한 고정비용이 들지만 추가 생산하는 데 필요한 한계 비용은 실질적으로 0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Information Rules라는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저자와 관련된 사람들의 많은 땀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전자책(e-book)의 한 복사본(copy)을 추가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거의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게다가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들은 이러한 정보의 물리적인 유통을 불필요하게 함으로써 실질적인 유통비용도 0으로 만들었다.

정보(재)는 한계 비용이 실질적으로 0이고 생산량의 증가에 따라 체증하지 않는다.

정보(재)는 한계 비용이 실질적으로 0이고 생산량의 증가에 따라 체증하지 않는다.

이러한 정보의 비용 구조는 인터넷상의 많은 콘텐츠와 서비스의 가격을 공짜에 수렴하게 한다. 정보가 공짜일 수 있는 것은 한계 비용이 0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중장기적으로 공짜로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이러한 비용구조는 원가에 근거한 가격 결정(cost-based pricing)을 전혀 무의미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고정비가 1억 원이 든 전자책은 1,000개를 팔면 원가가 10만 원이고 10만 개를 팔면 1,000원이다. 생산량 또는 판매량에 의해 단위원가가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었다 하는 상황에서 ‘원가가 얼마이니 이윤을 20% 붙여 가격을 얼마로 정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더 이상 원가는 가격 결정의 기준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비용구조는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현상이 나타나게 한다. 이러한 규모의 경제는 제조업체의 규모의 경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물리적인 제품의 경우에도 고정비가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물리적인 제품은 한계 비용이 체증하는 현상이 있기 때문에 생산량이 어느 수준(물리적 제품의 비용곡선과 매출액선이 두 번째로 만나는 점)을 넘으면 규모의 불경제(diseconomies of scale)로 말미암아 손실이 나타난다. 따라서 물리적인 제품의 경우 최적 생산량(Q*)이 존재한다.

하지만 정보재의 경우 제품의 고정비가 크고 한계 비용이 0일 뿐 아니라 한계 비용의 체증이나 생산용량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생산량이 늘면 늘수록 규모의 경제로부터 얻는 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한때 마이크로소프트사 윈도우(Windows) 부문의 시장점유율은 90%에 달했고 영업이익률은 85%[3]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보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기존에 물리적인 제품의 가격 결정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고정비가 1억 원인 전자책을 10만 원을 받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1,000원을 받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그 사이의 어떤 가격이 적정한지, 아니면 공짜가 적정한지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원가가 기준이 될 수 없다면 정보재 가격의 새로운 기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정보는 경험재(Experience Good)다

정보는 실제로 사용해 보아야 그 제품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경험재(experience good)다. 경험재는 컴퓨터와 같이 제품의 특성이나 품질을 구매하기 전에 쉽게 판단할 수 있는 탐색재(search goods)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소위 ‘먹어봐야 맛을 아는[4] 재화다. 물론 음식이나 화장품같이 많은 물리적 제품도 경험재다. 하지만 정보재는 그 정도가 물리적인 제품에 비해 매우 심하다.

예를 들어 투자 정보(또는 영화)를 구매하는 경우 그 정보를 보지 않고는 그 정보의 가치를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가치의 결정을 도와주기 위해 정보를 우선 보여줄 수도 없다. 왜냐하면 이 경우 이미 정보가 구매자에게 무료로 판매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물리적 제품의 경우는 제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정보는 회수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보가 경험재이기 때문에 야기되는 또 다른 문제는 개인마다 느끼는 가치가 크게 차이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이라는 영화를 보고 졸았다는 사람부터 여러 번 봤다는 사람까지 이 영화에 대한 선호도는 극과 극을 달린다. 나는 매우 감명 깊게 봤고 집에 오자마자 OST[5] 앨범을 바로 주문할 정도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영화 내내 졸았다는 남자들이 꽤 있었다.

개인적 성향뿐만 아니라 직업이나 관심 영역에 따라서도 가치는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에 포함된 ‘액세스(Access)’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무엇을 하는 프로그램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데이터베이스를 가르치는 나에게는 매우 가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정보가 경험을 하기 전에는 그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과 개인마다 느끼는 가치의 편차가 심하다는 점은 정보의 가격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걸림돌이다. ‘셰어웨어(Shareware)’와 같이 정보를 사용하고 나서 원하는 만큼 지불하게 할지, 샘플을 사용해 보고 미리 정해진 만큼 지불하게 할지, 아니면 공짜로 사용하게 하고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지 등 다양하고 복잡한 이슈들이 존재한다.

정보는 말랑말랑(Soft) 하다

정보는 물리적인 제품에 비해 매우 쉽게 쪼개고, 더하고, 붙일 수 있다. 이는 물리적인 제품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정보를 여러 형태로 차별화하여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전자책의 경우 공짜로 책의 일부를 샘플로 제공하거나, 여러 책을 부분(part) 별로 모아서 판매하거나, 한 저자의 책들을 묶어서 판매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매우 쉽다. 더 나아가서는 독자마다 개인화된 책을 제공[6]할 수도 있다. Predictably Irrational의 저자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3권의 저서를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각각 책의 샘플뿐 아니라 Predictably IrrationalUpside of Irrationality의 일부를 묶어  A Taste of Irrationality라는 제목으로 공짜로 제공하고 있으며, 3권을 묶어 The Irrational Bundle로 판매하고 있다.

Dan Ariely의 저서 3권을 묶어서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댄 애리얼리(Dan Ariely)의 저서 3권이 ‘묶음(Bundle)’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공된다.

이렇게 정보는 다양한 형태로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떻게 패키징 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이 된다. 물론 패키지(또는 버전)마다 어떻게 가격을 매길 것인가도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 책 한 권을 얼마나 받을지, 책을 장(chapter) 별로 판다면 얼마나 받을지, 여러  권을 묶어서 판다면 얼마가 적정할지 등은 쉬운 의사결정이 아니다.

정보는 불법 복제가 불가피하다

정보는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매우 저렴한 비용(즉 본인의 노동력)으로 품질의 차이가 없는 복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물론 스티브 잡스(Steve Jobs)도 불법 복제가 최저임금보다 못한 대가를 받고 일하는 것[7]이라고 지적했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불법 복제를 하고 있다. 물리적인 제품의 경우 개인적인 차원에서 불법 복제를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앞으로 3D 프린터가 대중화되면 물리적 제품의 불법 복제도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해질 수 있지만 정보재와 비교할만한 수준은 아니다.[8]

뿐만 아니라 저렴한 비용만이 불법 복제를 일으키는 유일한 원인인 것도 아니다. 많은 경우 저작권(copyright) 문제로 인해 합법적인 경로로 정보재를 구할 수 없을 때 불법 복제가 그 대안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불법 복제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소리바다’나 ‘냅스터(Napster)’와 같은 서비스는 불법 음악파일(mp3)의 공유가 너무나도 쉽게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음반업계 및 음반 유통 업계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최근에는 웹하드나 토렌트(Torrent) 사이트를 통해 영화 등 거의 모든 정보재가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저작권 관리(Digital Right Management, 이하 DRM)’ 기술들이 도입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9] DRM을 적용하는 데 소요되는 직접적인 비용 외에도 DRM 기술이 표준화되지 않거나 늦어짐으로써 발생하는 플랫폼의 파편화 및 혁신의 둔화,[10] DRM으로 인해 겪는 소비자의 불편함 등 숨겨진 비용이 의외로 크다.

불법 복제를 근본적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불법 복제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불법 복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사실상 불법 복제는 매출 손실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시장을 확대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정보의 4가지 특성에 대해 알아보고 이들이 정보의 가격 결정, 마케팅, 패키징, 지적 재산권 (보호가 아닌) 관리 이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성을 지닌 정보를 파는 기업은 이렇게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근본적으로는 다음 5가지 원칙에 기반을 두고 접근하기를 권한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이러한 정보재의 특성을 ‘공짜’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또한 가격 결정, 패키징 등의 이슈는 5부, “수익: 공짜세상에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에서 사례와 함께 자세히 다루었다.

비즈니스의 특성에 따라 이러한 원칙을 적용하는 데서 발생하는 어려움이 다를 것이다. 구체적으로 사례별 토론을 원하는 분들은 웹북(https://organicbusiness.pressbooks.com/chapter/4-characteristics-of-information/)의 댓글과 오가닉 미디어랩의 블로그(http://organicmedialab.com/),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angkyu.rho) 등을 통해 의견을 남겨주시기 바란다.

<갈림 길>


  1. Carl Shapiro and Hal R. Varian, Information Rules,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1998.
  2. 윤지영, <미디어의 3요소>, <<오가닉 미디어>>, 21세기북스, 2014.
  3. "Microsoft Profit and Loss by Business Area," Slashdot, Nov 17, 2002, http://slashdot.org/story/02/11/17/2037223/microsoft-profit-and-loss-by-business-area.
  4. 이원재, <피자는 자장면이 부럽다>, 한겨레21, 2005년 12월 28일, http://legacy.www.hani.co.kr/section-021134000/2005/12/021134000200512280591026.html.
  5.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Original Soundtrack)
  6. Shalini Ramachandran, "McGraw-Hill to Debut Adaptive E-Book for Students," Wall Street Journal, Jan 7, 2013, http://blogs.wsj.com/digits/2013/01/07/mcgraw-hill-to-debut-adaptive-e-book-for-students/.
  7. "CNN talks to Steve Jobs about iTunes," CNN, Nov 27, 2003, http://edition.cnn.com/2003/TECH/industry/04/29/jobs.interview/.
  8. 3D 프린터가 가져올 혁명에 대해 궁금한 독자들은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의 저서 메이커스(Makers)를 참조하기 바란다
  9. Fred Von Lohmann, “Digital Rights Management: The Skeptics' View,” The 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 http://www.eff.org/IP/DRM/2003040l_drm_skeptics_view.php.
  10. 정보라, <따로국밥 전자책 DRM, 2013년 표준안 나온다>, 블로터, 2011년 10월 20일, http://www.bloter.net/archives/80272.